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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달이 만나는 곳

kjhjg 2023. 5. 28. 20:01

‘바리데기’는 아들을 바라던 부모에게 버림받은 딸 이야기이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바리데기는 늙은이 내외의 도움으로 자라난다. 부모를 원망하지 않고, 몹쓸 병에 걸린 아버지를 낫게 하기 위해 서천서역국 약수를 찾아 떠난다. 서천서역국은 저승의 나라라서 너무 멀고 험하지만 바리데기는 온갖 위험을 지혜롭게 헤쳐 나간다. 바리데기가 온갖 위험을 겪으며 극복해 나가는 모험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부모한테 버림받거나 천대받던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모험하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열광한다. 주인공 ‘민리’는 바리데기를 연상케 하는 소녀이다. 아빠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무척 좋아하여 가끔 엄마한테 핀잔을 듣지만 부모의 운명을 바꾸기 때문이다. 엄마의 핀잔을 뭐라 할 수 없는 까닭이 있다. 너무 가난한 것이다. 민리가 사는 마을은 거칠고 메마르다. 산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고 새와 짐승도 머물러 살지 않는다. 열매 없는 산, 무실산이다. 척박한 땅에 사는 마을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가 없다. 엄마 아빠와 셋이서 사는 민리는 가난한 마을의 집들 중에서도 가장 작고 허름한 집에 산다. 비록 가난하지만 아빠는 민리에게 신비한 옛날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 반면에 엄마는 한숨을 많이 쉰다. 남루한 의복이나 다 쓰러져 가는 집, 혹은 보잘것없는 음식을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린다. 민리는 엄마의 한숨 소리를 들으며 집의 운세를 바꾸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달의 노인에게 어떻게 하면 가족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혼자 무진산으로 떠난다. 우리는 민리가 엄청난 시련을 겪을 것이며 마침내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달의 노인을 만나기까지의 여정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이 옛이야기의 기본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인공의 시련과 극복담은 옛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따르는 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뻔한 이야기가 상투적이 되지 않으려면 치밀한 구성과 이야기를 풍요롭게 하는 요소가 곁들여야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마지막 순간까지 재미가 있다. 그것은 중간 중간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거나 사건이 생길 때 이야기를 삽입하며 탄탄하게 짠 구성에서 나온다. 주인공 민리의 매력적인 모습도 작품에 재미를 더한다. 민리는 부모님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과감히 집을 떠나는 용기가 있고, 욕심쟁이 원숭이들을 따돌리는 지혜가 있으며, 용이나 물소 소년과 같은 인물들과 나누는 깊은 우정이 있고, 달의 노인을 만나 단 하나의 질문만 가능하다고 할 때 용의 질문을 묻는 헌신성 등 다채로운 매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민리 덕분에 가난한 처지를 불만스러워하던 엄마도 딸의 웃음과 사랑이야말로 그 어떤 좋은 옷과 값비싼 보석과도 비교 못 할 최고의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러한 깨달음은 곧 독자의 것이기도 하다. 문체도 작품을 재미있게 하는 요인이다.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하는 힘이 있거니와 묘사가 섬세하다. 적정한 힘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셈이다. 특히 “달빛이 거친 마룻장 위로 안개처럼 흘러들어 썰렁한 방을 은빛으로 비추었다. 금붕어 어항이 마치 또 다른 달처럼 보였다. 달빛을 받으니 허름한 벽들과 오래된 돌들이 투명한 비단 휘장을 두른 양 아른거렸다. 금 간 데도 지워진 듯 보이지 않아서 집은 마치 반짝이는 빛과 섬세한 그림자들의 공간처럼 달라 보였다.” 같은 묘사가 작품 중간 중간에 보석처럼 박혀 빛난다.

등장인물과 배경의 촘촘한 관계 속에 짜임새 있게 엮어 낸 중국 옛이야기들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는 척박한 무실산 기슭 어느 마을에 민리라는 이름의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민리는 낮이면 논밭에서 고된 일을 하고, 밤에는 아빠가 풀어 놓는 신비로운 옛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는 소녀이지요. 어느날, 가난한 생활에 지친 엄마는 민리의 머릿속에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을 집어넣는다며 아빠를 나무라게 됩니다. 그러나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믿고 있던 민리는 달의 노인을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자기네 집이 부자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아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길을 떠납니다. 산과 달이 만나는 곳 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박하고 진솔한 작품을 많이 써 온 그레이스 린의 책으로 가족과 행복, 그리고 우정의 의미를 따뜻하게 담아냈으며, 중국 옛이야기 방식에 충실하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모험담을 잘 표현한 책입니다. 작가가 어린 시절 읽은 중국 전래동화와 전설 그리고 중국, 홍콩, 대만 등을 여행하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험의 세계를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어서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호기심 많은 주인공 민리와 함께 중국의 옛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