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루 24번지
도서관 서가 한 편에 꽂힌 청소년 성장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분명 아이들 이야기인데, 이거 일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 그래서책 날개에 홍보된 책들을 서점 홈페이지에서 찾아 파도를 타다보면 재미있는 책을 가끔씩 만나곤 하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이다. 저자는 한국인인데 소설 속 배경은 그리스 아테네의 한 구석진 지역이다. 책표지를 보고 제목을 보면 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검색을 해보니 가난, 인종차별, 버림, 가족, 사랑.. 대충 이런 단어들이 공통적으로 보였다.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아 읽기로 했다.주인공인 민수는 아빠와 나이 차이가 18살밖에 나지 않는다. 엄마는 고등학교 때 민수를 낳고 사라져버리고, 아직 어리광 부릴 나이에 보육원에 맡겨진 민수는 1년이야, 2년이야.. 하다 5년이 지나서야 자신을 데리러 온 아빠와 어색하게 재회한다. 이 둘은 새출발을 위해 그리스로 이주하지만 생활은 녹녹치 않다. 그런 민수는 밀입국한 여동생 같은 딸을 가슴에 매달고 노숙과 짝퉁 가방을 팔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밀입국 흑인 소년 요나와 이웃이라기 보다는 옆집에 사는 그냥 타인이었던 해체 위기의 바소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이 가족은 불의의 사고로 아빠를 잃은 3남매 앞에 생전 처음 보는 이복동생이 자신의 아버지의 가족을 찾아오면서 해체 위기에 놓인다. 이들 사연에 민수는 반강제로소환이 되고 민수는 그 과정에서 어릴 적 보육원에 버려지며 입었던 아픈 상처를 밖으로 터트리게 된다.민수를 포함한 아이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반항하는 방법은 가출이었다. 결코 말을 예쁘게 하지 않고, 지겨우리만큼 투덜대며 싸우지만 그러면서도 문제가 싶었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챙기고, 민수 역시 머리 속으로는 대체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하면서도 막상 닥치면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몸이 먼저 움직여 그런 그들과 동화 되고 그렇게 그들은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어간다.대체로 이러한 내용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이 책에서 상당히 거슬리는 단어 하나가 있었다. 인종청소 .소설속 시점을 그리스의 파산사태 즈음을 그리고 있어서 분위기는 많이 험악하다. 밤이 되면 더더욱 그렇다. 민수는 학교에서 교사에게 학급 친구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차별적인 모욕을 받는다. 많이 익숙한 듯 그 위기를 잘 넘기지만, 자신의 아픔을 아빠 앞에서 표출하고 가출 후 요나와 노숙하는 장면에선 민수가 노숙인을 단속하는 경찰로 착각했던 한 무리로 부터 심하게 구타를 당한다. 아이가 있는 요나를 먼저 피신시키고 구타당하던 민수는 다행히 레오니스(아버지 가족을 찾아온 옆집 아이)에 의해 구출된다. 민수를 구타했던 이들은 경찰이 아닌 동네 불한당들 이었다. 그들의 명목은 인종청소 . 백 번 생각해도 화풀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데 말이다. 최근 여행으로 유럽에 갔다 인종차별 당했단 소식을 아주 쉽게 많이 접하고, 또한 신종 코로나로 인해 그것이 더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사례와 경험자들의 인터뷰를 뉴스를 통해 들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많이 씁쓸했던 부분이다. 그리스의 파산상태를 시점으로 쓴 책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최근에 유럽의 다양한 정책을 소개했던 좋은 사례의 글과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동시에 자주 접하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나.. 하고 혼란스러웠던 생각들이 다시 선명하게 떠올랐다.이 책에 등장하는 그리스인 아이들 마르타, 콘스탄티노스, 디미트라 3명의 아이들은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물론 소설속 나이와 실제 나이는 달랐다.) 책을 다 읽고 말미에 저자의 말을 통해 이 책이 작가가 4년의 그리스 유학 생활 동안 거주했던 공동주택과 그 이웃들을 모델로 삼아 쓴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 초반에 테오도루 24번지의 분위기를 많이 소란스러워도 그러려니 하고 흔한 말로 오지랖으로 남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 다고 묘사한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이 살았던 그리스의 공동주택을 아주 따뜻한 곳이라고 말하고 있다. 낮이 되면 자기집인냥 찾아와 책읽고, 간식먹고 하는 아이들, 저자 자신도 먹을 것이 떨어지거나 아프면 당연하듯 이웃을 찾아가 도움받고.. 실제로 테오도루 24번지 라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책이라는 형식을 빌려 테오도루 24번지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경험했던 그 공동주택의 따뜻했던 경험을 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어렵게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된 테오도루의 두 가족과 아이들이 많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6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테오도루 24번지 는 그 안에 속했던 나와 내 이웃들의 이야기다.
테오도루 24번지 는 ‘신의 선물’이라는 뜻의 그리스 빈민가(테오도루)를 배경으로, 색색의 사연을 품은 이웃들의 연대와 좌충우돌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저자가 그리스에 직접 머물렀던 경험을 바탕으로 직조한 구체적 인물들이, 빠르게 치고 빠지는 문장과 축제처럼 터져 나오는 다양한 사건들을 타고 쉴 틈 없이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풀어낸 그리스의 풍경은 인류 문명의 기원을 품은 화려한 모습이 아니다. 펄럭이는 그리스 국기와 찬란한 아크로폴리스 아래의 삶, 맥도널드조차 사치가 되어 버린 그리스 서민들의 미화되지 않은, 사람 냄새 가득한 삶의 모습이다.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그리스의 극심한 빈부 격차, 가족 해체, 청년 실업 등의 사회문제들은 심사위원 유영진의 말처럼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상황과 교차되며 다른 나라, 먼 곳의 이야기를 지금, 이곳의 이야기와 결부시킨다. 떠들썩한 인물들과 끝없이 이어진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동안 우리는 이미 그들의 이웃이 되어 있을 것이다.
01 노 브라더스
02 요나
03 실종 소년
04 그놈의 정체
05 불량 이웃
06 미스 바부시스
07 이런 가방 따위
08 사라지다
09 친구, 그냥 사는 거야
10 Stranger in Paradise
11 테오도루, 신의 선물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