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그림책시렁 276《피아노 소리가 보여요》명수정글로연2016.1.18. 북을 치면 퍼지는 북소리는 둥둥 동동 퉁퉁 통통 울립니다. 듕듕 둉둉 튱튱 툥툥 울리기도 할 테고, 토도동 도도통 듀듀듀 댜댜댜 울리기도 해요. 고동마냥 퍼지는 북소리이면서, 뭇숨결이 무럭무럭 올라오도록 돋우는 소리, 이른바 ‘북돋우는’ 소릿결이 되어요. 피리를 불면 피어납니다. 마치 꽃이 피듯, 물결이 퍼지듯 일어나는 결이로구나 싶어요. 피아노라는 세간은 어떤 소릿결로 흐를까요.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엽니다. 귀마저 살며시 닫고서 살갗으로 느낍니다. 살갗마저 고요히 가리고서 오롯이 마음으로 읽습니다.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는 눈이 아닌 귀로 받아들이는 피아노 이야기를 다룹니다. 다만, 귀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눈으로 보도록 엮어요. 그린님은 피아노라는 소릿결을 이렇게 바라보네 하고 느끼면서 만화책 《피아노의 숲》을 떠올립니다. 만화책 《피아노의 숲》은 귀를 아무리 쫑긋해도 소리를 듣는 이야기책이 아닙니다만, 눈으로 바라보는 ‘피아노 소릿결’을 가슴으로 먼저 받아안아서 마음귀로, 마음눈으로, 마음빛으로 누릴 만해요. 소리란 언제나 생각날개입니다. 그림책은 퍽 아쉽습니다. ‘이치노세 카이’를 만나보셔요. ㅅㄴㄹ
청각장애를 가진 독자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피아노 음악을 시각화한 책
그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피아노’라는 존재는 어떻게 여겨질까? 그리고 그들에게 피아노 음악은 어떻게 상상될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해 그들에게 피아노 음악을 시각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고자 이 책은 기획되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에게 피아노는 그저 나무 상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표현으로 첫 페이지는 시작됩니다. 전체적인 배경이기도 한 어두운 바탕은 소리에 대한 경험 없음과 답답함을 상징하면서도, 피아노의 주재료인 나무의 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표지를 들추면 마치 피아노 뚜껑을 연 듯한 느낌을 앞면지의 이미지를 통해 접할 수 있게 하여, 독서 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가미하였습니다.
본문에서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 와 1번에서 4번까지 총 다섯 곡의 피아노 연주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글 없이 이미지에만 집중하여 음악이 표현되는 과정을 통해, 끝부분에 이르러서는 청각장애인들에게 피아노가 더 이상 어둠 속의 나무상자가 아니라 멋진 음악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상자라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청각장애를 가진 독자들이 이 그림책을 통해 막연한 음악의 소리를 상상하고 느끼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하나의 곡에 대한 감상과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덧붙입니다.
더불어 이 책은 일반 독자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배려되었습니다. 첫째, 해당 음악의 연주가 녹음된 전체 수록 곡 QR코드가 책의 시작 부분과 뒤 표지에, 각 곡이 담긴 QR코드가 각 곡의 시작 쪽에 편집되어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그 음률이 시각적으로 표현된 그림책을 보는 것은 독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것입니다. 둘째, 시각적으로 표현된 음의 이미지를 손으로 만져 촉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가공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편집 상의 배려를 통해 시각적으로 음의 영롱함을 보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를 가진 독자들은 그들의 예민한 손 끝으로 그 음률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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